33.GONY

 




저렴한 소고기 스테이크 굽기 - 食 33.MAN

고기 굽는 일은 즐겁습니다. 가스 불에 프라이팬으로 구워도, 숯불에 BBQ를 해도 신 납니다. 나름대로 고기를 굽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서 과자처럼 만들어 먹는 사람도 있고, 소고기 표면의 색깔이 살짝 변하면 바로 입속으로 넣는 육식동물에 가까운 분도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로 고기를 구워 먹든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은 침샘을 자극하고 미소 짓게 합니다.

좋은 고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습니다. 특히, 좋은 소고기는 날로 먹어도, 푹 익혀 먹어도 다 좋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좋은 소고기(한우 1++, 프라임, 고베규)를 먹을 수 없습니다. 마트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좋은 소고기는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마음대로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분이라면 이 글을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가격이 비슷한 수입 소고기입니다. 마블링이 환상적으로 피어있는 행복한 핑크빛 소고기가 아닌 그냥 붉은 소고기 등심입니다. 이 녀석을 싼 맛에 사서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소고기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저렴한 수입 소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을 리가 없잖아요. 아마 질겨서 먹다가 포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삼겹살을 살 걸 하는 후회를 할지도 모르고요. 

저렴한 소고기를 살짝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 방법으로 1++, 프라임, 고베규와 같은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고기 특유의 감칠맛, 육향,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손쉽게 적당한 가격으로 가격 이상의 맛을 내는 소고기를 구워보겠습니다.

1. 2cm 이상 두툼하게 썬 소고기를 삽니다. 얇은 고기는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재미도 없고 맛도 그냥 그렇습니다. 스테이크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2. 두 겹 이상 키친타월로 고기를 싸줍니다. 비닐에 감싸 냉장고에 넣습니다. 지금 당장 맥주나 와인과 함께 소고기를 구워서 먹고 싶겠지만 참으세요. 오늘은 날이 아닙니다. 

3. 다음날 붉은 육즙으로 흥건한 키친타월을 새것으로 갈아줍니다. 다시 비닐로 감싸고 냉장고에 넣습니다. 오늘도 역시 날이 아닙니다. 저렴한 소고기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4. 키친타월의 여유가 되시면 하루가 지나고 또 한 번 갈아줍니다.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키친타월이 젖으면 젖을수록 고기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감칠맛과 육향은 강해집니다. 믿으세요.

5.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왠지 고기 굽기 딱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로는 안됩니다. 고기를 꺼내서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갈 때까지 상온에 둡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팬에 고기를 올렸을 때, 팬 온도가 내려가서 육즙이 흘러나옵니다. 기다린 보람도 함께 말이지요.

6. 소금과 후추를 충분히 골고루 뿌려줍니다. 고기의 크기와 두께에 맞춰서 생각보다 살짝 많이 뿌립니다. 

7. 프라이팬을 최대 화력으로 달굽니다. 아무것도 없는 팬에서 연기가 나며 이러다 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고기를 올립니다. 치치직~ 즐거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8. 뒤집고 싶죠? 참으세요. 최소 3분 이상 그대로 두세요. 살짝 바닥을 봤을 때, 탄 것처럼 바삭하면 뒤집으세요. 또 참고 기다리세요. 이제 다 왔습니다. 와인잔에 따르시고 식구들을 식탁으로 모으세요. 

9. 양면이 다 익었다고 생각되면 그릇에 꺼내고 최소한 3분 이상 기다리세요. 내가 구운 고기라며 자랑을 하셔도 됩니다. 만약 그릇에 육즙이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완벽하게 성공한 것입니다. 

10. 먹기 좋게 썰어주세요. 핑크빛 속살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한 입 먹어봅니다. 저렴한 소고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풍부한 향과 씹는 맛이 훌륭합니다. 아무래도 스테이크 도사가 된 것 같습니다. 



덧글

  • 2014/07/08 16: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08 19: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루나루아 2014/07/08 17:33 # 답글

    오오 오오 이거 참조해보아야 겠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싼소고기는 두껍게 안팔던뎅...
  • Gony 2014/07/08 19:06 #

    코스트코에서 호주 소고기 두껍고 저렴하더라고요
  • 커터 2014/07/08 18:40 # 답글

    요체는 최대한 수분을 빼냄과 동시에 저온에서 숙성을 시키는 건가요?
  • Gony 2014/07/08 19:06 #

    맞습니다. 에이징이랑 비슷한 원리죠 ㅎㅎ
  • 동굴아저씨 2014/07/08 23:26 # 답글

    드라이 에이징???
    ...하는 느낌이었는데 비결을 알았네요.
  • Gony 2014/07/09 13:33 #

    속성 드라이 에이징이라고 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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