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있는 열등감이나 강박관념을 극복하다 보면 의욕이 앞서서 어느 순간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내가 하는 짓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대한민국에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매체에 실린 밀라노, 파리, 뉴욕, 도쿄, 피렌체 등지에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지나가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동경과 질투 그리고 손톱만한 열등감이 있지 않나 싶다.(나만 그런 건가?)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물질적으로 모자라지 않은 시대에 내가 그들보다 옷을 못 입을 이유가 어디 있냐? 그래서 열심히 보고 열심히 꾸미고 열심히 입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쉽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길거리나 잡지, 인터넷에 옷 좀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딱 두 가지. 부족하거나 심하거나. 부족한 것이야 채우면 되지만 심한건 마치 노래 처음 배운 아이가 심하게 꺾고 쓸데없는 애드립을 남발한다는 느낌? 나쁜 건 아닌데 뭔가 약간 아쉽다. 나의 경우는 내 포스팅들을 하나씩 뒤돌아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 이건 아쉬움이 아니라 한심함인데? 난 참 깡도 좋은 듯.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내수시장이 그렇게 작은 게 아닌데 어느 정도 내세울만한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백화점 어디를 둘러봐도 국내 브랜드 중에 자기 색깔이 분명하면서 디자인은 기본이요 품질까지 좋은 철학이 있는 놈 보질 못했다. 혹시나 하고 가본 커스텀멜로우 매장에서 느꼈던 한심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요즘 사람들 스타일이 좋다기 보단 많이 꾸미고 개성적이다 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굳이 대한민국 티를 내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쉽다. 일본 애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각자가 다들 개성이 분명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일본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이태리나 프랑스, 미국 다 나름의 냄새가 있다. 근데 한국엔─적어도 내가 보기에─ 후각세포가 인식할 정도의 냄새는 아직 나지 않는 것 같다.
커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패션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적으로 한참 커가고 있는 중이니까 이런 식의 다양함과 모자람 그리고 과장됨이 있는 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러면서 점점 우리만의 냄새를 풍길 수 있게 되겠지... 다만, 그 냄새가 상큼하면서도 무게 있는 향기였음 좋겠다. 근데 외국 애들이 보면 우리나라만의 냄새가 분명 할 지도 모르긴 하겠다.
근데 어쩌면 지금 내 생각이 완벽하게 오류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는 색깔이 있는 선그라스를 쓰고 있어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yourboyhood.com http://www.customellow.com 이 두 사이트를 보다가 말이다.
아! 요새 하는 생각. IT 인프라를 패션 뿐만 아닌 문화적인 것들과 어떻게 접목시켜 부흥시킬 수 있을까?
이글루스 가든 - 우리는 패션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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