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날씨가 풀려서 오랜만에 동네 공원으로 뜀박질을 하러 나갔다. 다이나믹한 두 사나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봄밤공기를 마시니 어찌나 좋던지! 나이는 들고 살은 찌고 근육은 빠지고 관절은 약해지고 심장도 잘 안 써먹었더니 금방 귀찮아지고 힘도 없고 무릎도 아프고 숨이 차서 좋았던 기분이 10분을 못 넘기더군! 슬프다. 공원이 언덕에 있어서 돌다 보면 동네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보다 보니 갑자기 동네가 궁금해졌다.

사실 스무 살이 넘어서 이곳 구리로 넘어와서 코 흘리던 시절 어디 앉아서 200원 짜리 조립식 장난감을 조립하던 곳이나 엄마 몰래 오락실 갔다가 걸려서 빗자루로 맞아본 뭐 그런, 생각해보면 풉! 하고 추억 돋는 곳이 없다. 고로 막 고장의 애정이 샘 솟아 구리를 대표하는 청년이 되어 살기 좋을 구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고런 마음은  1분 동안 자라나는 손톱만큼도 없지만 모든 호기심에 이유가 없듯이 그냥 동네가 궁금해서 공원에서 내려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과거의 ‘마을’보다는 요즘의 ‘도시’와 ‘베드타운’에 살게 되면서 동네는 아파트 단지와 공원을 빼 놓고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라기보다 뭔가 어색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같은 반 친구 같은 곳이 되어버렸지 않나 싶다. 사실 호기심지랖이 워낙 넓어서 일년에 한두 번은 동네를 돌아보기는 했지만 동네에서 소비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이던 동물이던 뭐던 친해지려면 동네에서 돈과 시간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동네를 돌아보며 발견한 점 몇 가지,

하나, 1년 전만해도 달랑 하나였던 카페가 6개로 늘어났다.
둘, 1년 전만해도 두세 개 밖에 없던 치킨 호프집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셋,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고깃집도 프랜차이즈다.
넷, 숯 좋고 고기 좋아 내가 좋아하는 조그마한 소금구이 집이 옆집을 터서 2배로 확장을 했다. 이 집은 위치도 좋지 않다.

5개의 카페와 7개 정도의 치킨 호프집은 이 전에 다른 가게가 있던 곳인데 한 자리에 있던 가게가 바뀌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망해서다. 과연 1년 후에는 또 얼마나 많은 가게가 간판을 바꾸어 달까? 프랜차이즈만 생겨나는 걸 보면서 돈은 있지만 자신만의 무기는 없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들은 프랜차이즈 회사만 배부르게 해주지 않고 본인들도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되는 곳은 잘된다. 고깃집이 고기 좋고 좋은 숯을 써서 화력 세면 잘된다. 기본적인 것을 잘 하면서 꾸준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되는 것 같다. ‘본질’이 중요하다는 거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제 아무리 그럴싸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메뉴 내 놓아서 손님들 끌어들인다 해도 구정물 같은 커피로는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대중의 안목은 접하면 접할수록 높아진다.

근데 왜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는 거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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