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Fashion 카테고리에 포스팅을 하는 게 좀 겁난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야 겁도 없이 싸질러댔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내가 뭐 패션계통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 맘대로 포스팅을 하는데 소위 전문가라는 분들이 보시면 얼마나 가소로울까 하는 생각이 슬쩍 들기도 한다. 그러나! 패션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입을 때 좋고 보기에 좋으면 장땡 아닌가? 그렇기에 아마추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런웨이의 모습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입춘도 지났겠다 날씨도 조금씩 풀려가겠다. 올 봄의 패션에 대해서 슬슬 썰을 풀면 좋을 것 같다. 시작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Ralph Lauren. 런웨이 컷을 보면서 폴로라인의 제품이 별로 안보여서 좀 아쉬웠다. 퍼플라벨이나 블랙라벨도 물론 좋지만 너무 비싸고 소화하기에 좀 부담스럽게 멋지다.(응?) 아무튼 닥치고 옷 좀 보자. 한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색상의 바지 아닌가? 아마 이런 색깔의 바지를 입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 무지하게 받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바지만 말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자. 튀는가? 어라 안 튄다. 튄다기 보다 상큼한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화려한 색상의 바지가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나는 외모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 그렇다. 팔다리 길쭉하고 얼굴이 작으며 피부가 하얗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들은(실은 뭘 입어도 어울리지만) 튀는 색상이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외모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전체적인 이미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듯 하다.(이 왠 망발이냐?) 또 하나는 튀지 않는 코디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바지의 색상 빼고 헤어스타일부터 발끝의 로퍼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특정한 디테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트위스트를 하지도 않았다. 몸에 딱 맞는 사이즈와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템들이다. 바지 색상이 이미 큰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다른 곳은 포인트를 줄 필요가 없다. 이미 바지에서 충분히 튀었으니 더 이상은 오버다.
생각보다 컬러팬츠는 그렇게 어려운 아이템이 아니다. 나 같은 사람도 초록바지를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충분히 도전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딱 맞는 사이즈를 입고 튀지 않는 녀석들과 같이 코디 한다면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올 봄에는 이렇게 화려한 색상의 팬츠를 입은 멋진 남자들이 길거리에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색깔 있는 팬츠를 잘 입은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자꾸 눈이 가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덧1. 바지도 바지지만 재킷 너무나 멋지다. 각진 어깨, 큰 라펠, 깊은 V존, 잘록한 허리. 완전 내 스타일이구나!
덧2. 역시 초록바지는 ‘핫'한 아이템임이 틀림없다. 2010 S/S Ralph Lauren 런웨이에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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